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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That Days
2015.3.31~4.27
윈도우

한다, 그렇게 산다
-삶과 작업에 대한 짧은 생각

몇 년 사이에 가까운 사람들을 잃었다. 모두 마흔을 고비로 둔 이들이었다. 아버지는 사십이 채 되기도 전에 떠나셨고 형님은 사십을 갓 넘긴 뒤에 세상을 등졌으며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도 벚꽃이 한창이던 마흔 중반의 어느 날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리고 이제 나를 본다. 내 나이를 본다. 아버지와 형님과 친구 사이에 내가 있다. 그 동안 난 무엇을 보고 살아온 걸까. 무엇이 날 스쳐갔고 그 중 무엇이 남아 내 생각의 주춧돌이 되어준 걸까. 무심코 놓아버리고 지나쳐왔을 그 무언가를 이제와 붙들려고 하니 먹먹해진다. 막막해진다. 분명 난 그 무엇들과의 관계망 속에 예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그 무엇이라는 물음표를 향해 내 몸이 기울어져 있다는 거다. 나는 그렇게 몸을 구부린 채로 광합성을 하듯 수많은 이미지들을 안고 또 보듬어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포용력이 결국 오늘의 나를 있게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발에 차이는 어느 하나라도 허투루 볼 수가 없다. 세상의 풍경 속에 어떠한 것도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맥락이 혼자여서는 설명할 길이 없으니 얽히고설키는 일의 귀함을 오늘도 이렇듯 생각해보는 것이다. 삶은 그래, 몰라서 던져졌으니 어쩔 수 없다 치고 죽음이라는 허망을 견뎌볼 작심이 또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봄에 낮술이 좋다. 술이 오르는 순간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에서 조금 빗겨나게 되는데 그 비틀림이, 엉거주춤한 그 허방이, 몽롱하고 모호함이 날 이끄는 듯하다. 이 꼴 저 꼴 삶이 다른 구색을 색색으로 맞춰주곤 하는데 어찌 그 새로움을 피할 수 있을까.

예술이랍시고 척할 작심이 아니라 물감을 가지고 놀 수 있어 술과 함께 작업을 즐긴다. 취하면 고꾸라져 부러질 일도 넘어져 툴툴 털면 될 일이 되고 만다. 몸이 알아서 제 근육을 풀었다 감으니 경기 일으킬 일이 없는 터… 내 무의식 속 마흔의 고비를 이렇게 넘기고 있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무엇인가를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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