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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배 - 기억의 은신처
2013.3.28~4.25
신관

기억의 은신처에서

‘꿈’은 늘 예기치 않게 찾아오고, 내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갑자기 흔적도 없이 떠나 버린다.
그러나 ‘기억’은 마치 믿음직스러운 친구처럼 남모르는 은신처에 머물며
언제든지 나를 위해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습관처럼 익숙한 기억이
사실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얼마 전 나는 무심코 어떤 물건을 우리 집 식탁 위 쟁반에 올려놓았다.
나는 매일 이 익숙한 공간을 지날 때 마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물건을 쓸 일이 생긴 나는 곧바로 내가 기억하는, 물건이 놓여있는 그 곳으로 갔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몇 시간이나 주변을 맴돌며 물건을 찾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움과 당혹감에 빠져 잠시 동안 찾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나의 발자취를 천천히 되짚으며 찾기 시작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바로 옆에 놓인, 정교하게 채색된 일본 골동그릇 위에
내가 찾던 그 물건, 작은 고무 수세미가 그릇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나는 이 물건이 식탁 위 쟁반에 놓여있는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몇 주 동안 내 마음속에서 그 물건들이 당연히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확고한 그림을 그려놓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내 마음 속의 허구였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과거에 얼마나 더 있었던 것일까?
기억이란 마치 사람들이 본능적 은신처로 느끼는, 따뜻한 엄마의 뱃속과도 같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조금은 불안한 상태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이 기억들의 상태가 마치 살아 숨쉬는 생명체와 같이 생각되어 놀랍고 흥미롭다.

존 배, 2013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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