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리스트보기 슬라이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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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단순함, 객관성 및 무심함은 마치 건조한 흙, 갈라진 강둑, 오래된 벽, 돌이나 나무뿌리와 같은 자연 속의 대상이 주는 느낌과 닮아있다. 자연의 대상 속에서 일어나는 물질적, 화학적 변형은 시간적 흐름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작품 상에서 특정한 구조를 생성해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 반대로 파괴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과정이 전개, 발현, 구조형성 및 파괴 중 어떠한 과정으로서 인지되고 평가되어야 하는지는 감상자 개인의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인생경험과 그에 따라 잠재된 세계관에 따라 결정 된다.
- 로랑 헤기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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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작품 속의 패턴은 끝없이 생겨나고, 덮여나가고, 또 떼어지는 무수한 반복을 통해 이루어 진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뜯어내기’와 ‘메우기’의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 정상화는 우리 현대 미술의 흐름을 알아보는데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예술적 고뇌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반복의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정상화의 작품에는 시간이 담겨 있고, 수많은 공간이 쌓여간다.

정상화의 작업은 시간과의 투쟁이다. 캔버스 위에 약 5mm 두께의 고령토를 초벌 칠하고, 그것이 완전히 마르기를 기다리는 제1단계의 작업만으로 일주일 이상이 소요된다. 보다 섬세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제2단계는 마른 캔버스 뒤를 규칙적인 간격으로 가로, 세로 접는 것으로, 그 위 고령토를 원하는 만큼 들어내는 과정 역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직, 수평으로, 때로는 그물처럼 오가는 균열에 의해 만들어진 무수한 네모꼴에 하나씩 물감을 얹고, 떼어내고 덮어나가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1년이 지나간다. 작가는 눈을 떠 잠드는 순간까지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인다. 그의 작품에는 치열한 고뇌의 흔적과 노동의 시간이 오롯이 아로새겨져 있다.

정상화의 작업은 결과물만을 목표로 하는 보통의 예술가들과 달리 결과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에서 의미를 찾는다. 결과로서의 작품이 무엇이기 이전에 과정 그 자체가 작품을 규정짓고, 작품으로서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작업을 ‘과정’으로 정의 내리는 작가는 그의 작품을 “되풀이되는 나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단순히 어제와 똑같은 오늘, 혹은 조금 전과 다름없는 지금으로서의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 화면을 가득 메운 네모꼴들이 모두 제각각의 크기와 부피를 가지듯, 정상화의 작품은 무한히 흐르는 시간 속의 미세한 차이들을 쌓아 고유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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